(사)한국공예가협회 제81호 한국공예

국교정상화 60주년 ‘한일국제공예교류전’ 서문

SPECIAL FEATURE

동아시아 문화의 지표, 한일 공예 교류전

고이면 썩는 물처럼, 문명과 문화도 끊임없이 섞이고 흘러야 건강하게 성장한다. 수천 킬로의 험준한 산길을 목숨 걸고 오 간 차마고도와 실크로드는 타고난 인류의 교류본능을 여실히 증거한다. 문명의 속성이 이러하고, 문화의 본질이 또한 이러 하다.

올해로 양국 간 교류가 회복된 지도 한 갑자에 이른다. 60주년이라지만, 양국의 외교사는 참으로 유장하다. 인접국의 지정 학적 숙명은 서로에게 풍성한 교집합을 만들며 다채롭게 작동했고, 선린을 넘어 때로 불편한 개입으로 밀고 당기며 생긴 역 사의 주름이 연조의 깊이에 비례한다.

가까운 만큼 굴곡진 역사의 무늬결마다 아롱진 흔적이 적지 않은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 가 인정하는 버젓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한때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여 재개한 터라 60주년을 맞은 소회가 서로에게 각별하다. 국가든 개인이든 교착 상태에 들면 문화가 앞장서 물꼬를 트게 마련이다. 인간 삶의 기층에 밀착된 공예가 국경 을 초월하여 공감을 일으킬 유효한 매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간 여러 차례 교류를 주도해 온 한국공예가협회가 이번에도 앞장섰다. 세계인이 주목할 오사카만국박람회에 맞춘 전시 는 한국공예의 현재를 국외에 소개할 기회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 66명, 일본 작가 64명이 참여한다. 한국공 예가협회가 52주년이 되었고, 교토공예미술작가협회의 연조는 79년을 헤아린다. 교토공예미술작가협회는 1946년에 창립 한 일본 내의 대표적인 공예 단체다. 염직과 도예, 칠예와 금공을 비롯하여 모든 장르의 공예를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중심 단체로서, 그 하부에는 분야별 조직을 통해 장르별 특성도 보장하고 있다. 80년의 역사를 가진 이 협회는 그동안 일본 내의 여러 도시에서 매년 순회전시를 개최하고, 영국과 중국 상해 등에서도 전시회를 열었다. 이뿐 아니라 국내외의 창작자를 지 원하고 예술과 공예의 기원과 원리 연구, 공예가와 산업가의 교류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활동 폭이 매우 넓다. 두 단체의 공통점이 많으나 작가의 구성과 참여 분야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도자와 금속, 목칠, 염직, 유리 등이 주 류지만 일본은 염직과 도예, 칠예, 금공, 인형, 유리, 목공, 피혁, 칠보, 죽공, 보석 등으로 한층 다채롭다. 동아시아 삼국에서 공예가 생산과 창작 영역을 주도한 점은 공통적이나, 일본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론에 감화받아 근대화 이후에도 공예 를 일반미술과 대등하게 다루었다. 예술지상주의 등쌀에 위축된 한국 공예와 다른 인식이다. 일본 공예의 자부심은 현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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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MAGAZINE Vol.81 _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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